무등산/길따라물따라
보내드리는조카의 마음
무등산자
2009. 6. 11. 21:30
보내드리는조카의 마음.
철없는 어린조카의 손을 잡고,
고삿길을 다니며 친구들과 패를 나누며 노시였고,
마을앞 개울을 막아 고기를 잡아서
시래기에 아직 덜 익은 빨간 풋고추를 갈아 장작불에 알큰하게 끓인
매운탕을 퍼 주시며 "많이 먹어" 하시던분.
동네의 아이가 이웃마을에서 맞고오면,
혼자 뛰어가 그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드셨던
정의와 의리에 불타셨던 분.
우리 5남매가 식량이 없어 허덕일때
쌀가마를 짊어지고 들어오시며,
"다음에 또 가져다주마" 한마디 남기시고
가버리시었던분.
그러시던 분이
이제 세상을 떠나셨다.
이념의 혼란 속에, 슬픈 나라의 역사 속에
전쟁의 시련과 싸우다
결국 훌륭한 생각과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많은 후손들의 애도 속에
재능과 능력을 함께가져가 버렸습니다.
이제
내게 남겨준 애정을 가슴에 간직하며
가시는 길
삼가 경건히 무릎꿇어 명복을 빕니다.
2009년 6월 9일
조카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