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1885년) 봄이었다.
영국旗를 단 군함 6척과 수송선 2척이 거문도(巨文島)로 들어오고있었다. 섬사람들은 바닷가로 몰려나왔다.
“야! 서양 배가 들어왔다. 모두 나와 구경해라!”
얼마 후, 배에서 내린 수병들은 뒷산에 천막을 치고 임시 막사를 짓기 시작했다.
“누구든지 일하러 오면 돈과 먹을 것을 주겠다!”
이 바람에 섬사람들은 고기잡이는 나가지않고 모여들었다. 막사를 짓고 요새를 만드느라 땅을 파고 산을 허물며 공사가 크게 벌어졌다. 점심 때가 되자 영국 수병이 일꾼들에게 깡통을 나누어 주었다.
“이…게 뭐야? 포탄…아니냐?”
“포탄을 왜 우리에게 주겠어, 먹을 것이겠지!”
“어떻게 먹어? 딱딱해. 이가 아파 못 먹겠다.”
“글쎄, 만지면 말랑한 데도 있기는 한데 이가 아프다!”
일꾼들이 떠들어댈 때 마침 그 앞으로 영국 수병이 지나갔다. 섬사람들은 손짓으로 어떻게 먹느냐는 시늉을 했다. 그제서야 영국 수병이 알아차리고 깡통을 따 주었다. 속에서는 고기가 나왔다.
“야, 고기 맛을 다 보는구나! 신기한데.”
어떤 깡통에서는 모과수가 나왔다. 달콤하고 신선한 물을 마셔보니 그야말로 세상에 나와 처음 맛보는 음식인지라 실컷 먹어댔다.
양과자도 나누어 주었다. 궐련도 나누어 주었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맛있었다. 그밖에 저녁이면 품삯이라고 청나라 은전(銀錢)도 주었다.
신기한 음식을 먹고 돈까지 받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는 듯 싶었다. 모두들 웃으며 떠들어댔다.
“서양 할아버지, 이제야 우리가 살 것 같소. 곡식도 잘 구경 못하던 입에 고기와 서양과자가 들어가니 뱃속이 놀라고 있소.”
“여보슈, 서양이 어디에 있소?”
영국 수병은 웃으면서 손으로 저 멀리 있다고 가리켰다. 그러나 그까짓 나라야 어디 있든 대수로울 건 없고, 그저 잘 먹기만 하면 그것으로 족했다.
도민 : “여기에 무엇을 만들고 있소?”
통역 : “항구를 만드는 것이오. 매일 일만 잘하면 먹을 것도 많아지고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오.”
도민 : “그렇지만 여기 이런 섬에 무슨 이렇게까지…….”
통역 : “이 섬이 아주 중요한 섬이라오. 이 섬을 지키면 다른 배가 바다를 마음대로 다니지 못한다오.”
다음 날부터 일은 더 잘 되어갔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총동원되어 공사를 열심히 했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땅을 빼앗기든, 그런 것은 상관이 없다. 우선 내 배만 주리지 않는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 섬에는 때아닌 황금비가 쏟아지고 서양 깡통이 굴러 다녔으며 궐련도 흔해져 누구나 입에 물고 다녔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야채를 비롯한 닭이나 돼지 등도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어 모두 희희낙락이었다. 음식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늙은이들도 모이기만 하면 서로 희색이 만면했다.
위 글은 小說이 아니다. <巨文島 英艦 見聞記> 등 문헌에 의거 某 領土史學者가 쓴 <거문도사건> 중에서 일부분 발췌를 한 것이다. 거문도사건이란 1885년 4월부터 1887년 2월까지 영국 동양함대가 전라남도의 거문도를 점령하여 영국旗를 게양하고 요새(Port Hamilton)를 건설하였던 사건을 말한다. 위 기록은 거문도 점령군과 주민들의 관계에 대한 기록의 일부이다.
난데없이 왜 거문도 이야기를 꺼냈느냐고?
글쎄……. 120년이 지나고 開化와 敎育이 이루어져도 民心이란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것을 天心이라고 하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요즘 주변에 떠도는 유언비어나 황당한 이야기,어리석어 오히려 순진해 보이는 所望들을 접하면서 그냥 이 이야기가 떠올랐을 뿐이다.
운이 좋아, 外換銀行 60年史를 낼 수 있게 된다면, 40년쯤을 지나는 年代記에 巨文島 故事와 비슷한 이야기가 실리게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本文에 실리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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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cafe.daum.net/kebk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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